제주도민들와 함께 해온 설문대할망 설화가 있습니다. 제주도 곳곳의 오름과 섬들을 만드는 지형 창조신의 형태를 띠고 있지요. 선문데할망, 설문듸할망, 설만두할망, 설명지할망, 세명주할망’ 등 다양한 명칭으로 전승되어 왔는데, 지금은 설문대할망이 가장 일반적인 명칭으로 굳어졌습니다. 척박한 자연과 끊임없는 외세의 침탈 속에 남자들은 희생되거나 고역을 치르는 일이 많았던 옛날.. 그래서 여자들이 물질부터 농사와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었던 탓에 강인하고 생활력이 강한 여성상을 띠었는데, 그래서 강하고 큰 설문대할망 설화가 전해내려온 것으로 추측합니다.
설문대할망은 옥황상제의 셋째 딸로 덩치가 어마어마한 할머니였습니다. 어느 날, 바닷속에서 흙을 퍼올려 제주도를 만들었고 치마폭에 흙을 7번 떠올려 한라산을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멍난 치마폭 사이로 흙들이 군데군데 떨어졌는데, 이것이 제주 전역의 오름들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라산을 만들고 나니 피곤하여 누울 곳을 찾다가 한라산을 머리에 베고 누었는데 너무 뾰족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라산의 뾰족한 부분을 떼어내 던져버렸는데, 뾰족한 부분이 서귀포로 날아가 산방산이 되었고 한라산의 정상은 움푹 팬 백록담이 되었습니다.
설문대할망은 몸속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 탐라국 백성들은 나날이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설문대할망의 부드러운 살 위에 밭을 갈았고 털이 풀과 나무들을 만들었고 힘찬 오줌 줄기에서는 온갖 해초와 해산물, 물고기들이 나와 바다가 풍성했습니다. 이때부터 제주에는 물질하는 좀녀들이 생겼지요.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고근산에 엉덩이를 걸칠 수 있었고 두 다리를 뻗으면 서귀포의 범섬에 닿았습니다. 그래서 범섬에 다리를 걸치고 물장구를 치곤했지요. 이때마다 서귀포 바다에는 큰 풍랑이 일곤 했습니다. 하루는 한쪽 다리는 오조리 식산봉에, 또 한쪽 다리는 일출봉에 걸쳐놓고 오줌을 눴는데, 그 오줌이 바다를 이루어 우도를 분리시켜버렸고 오줌발이 얼마나 거셌는지 일출봉과 우도 사이의 거센 물살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떨어져 나온 우도는 설문대할망의 빨래판이 되었고, 성산일출봉을 빨래 바구니 삼아 빨래를 했습니다.
설문대할망의 고민은 옷이 한 벌 뿐이라 우도에서 매일 빨래를 해야만 했다는 것인데, 불편했던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민들과 약속을 한 가지 하였습니다.
바로 자신의 속옷 하나를 지어주면 육지와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것이었지요. 설문대할망의 속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명주 100동이 필요했는데 도민들은 결국 100동을 모두 구하지 못해 미완성의 속옷이 되었습니다. 속살이 보이는 속옷을 받게 된 설문대할망은 부끄럽고 화가 나 다리 만드는 것을 포기해버렸고.. 제주는 이후에도 사면이 물로 막힌 섬이 되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더욱 재미있는 설문대할망 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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