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으로 제주도 신화 중 하나인 설문대할망 설화를 이야기했더랬죠. 그 설문대할망은 어느 날 제주도민들과 약속을 하고 육지와 제주를 잇는 다리를 놓기 시작했었습니다. 그 약속이란 바로 한 벌 옷 생활을 하는 자신을 위해 속옷 한 벌을 요구한 것이었지요.
거대한 몸집을 가진 설문대할망의 속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명주 100동이 필요했지만, 워낙 명주가 귀한 시기였기에 주민들은 한 동이 모자란 99동만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속살이 보이는 미완성의 속옷을 만들게 되었고, 설문대할망은 부끄럽고 화가 나 만들던 다리를 포기해버렸습니다. 조천읍 주민들은 이 다리의 흔적을 '엉장메코지'라고 부릅니다.
물론 설문대할망 설화 속의 이야기이지만 '코지', '곶'이라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바다를 향해 한껏 돌출해있습니다. 엉장메코지의 특이한 지형 때문에 육지와 연결하는 다리의 흔적으로 구전되어 내려온 것이 아닐까 이야기합니다.
여러 설문대할망 설화 속에서는 엉장메코지가 북쪽 육지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묘사되었는데, 사실 엉장메코지는 제주도의 가장 북쪽이 아닙니다. 오히려 김녕리가 가장 북쪽에 있어 육지와 가깝습니다.
제주도 신화 속에서 조천이 가장 육지와 가까운 곳으로 묘사된 이유는, 조선시대 내내 조천포구는 화북포구와 함께 육지와 제주를 잇는 가장 중요한 포구였기 때문으로 추측합니다. 제주도 신화를 통해 역사를 조금 엿볼 수 있는 단편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문헌과 홈페이지에서는 조천리와 신촌리의 경계에 있다고 잘못 안내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조천리와 신흥리의 경계에 위치한 돌무더기 동산입니다. 올레 19코스가 시작되는 조천 만세동산에서 1Km 지점 조함해안로에 있습니다.
엉장메코지 주소 : 조천리 911-4
고대시대에서부터 거친 제주바다를 건너 풍요의 땅과 제주를 연결하려 했던 제주인들..
바람의 섬에 살던 제주인들의 염원이 제주도 신화를 통해 표현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엉장메코지를 지나며 설문대할망 설화를 다시금 곱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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